말의 말/11. 열한째 마당 - 察 3

제대로 살기

나이 아흔 되니 지난 여든아홉 해를 잘못 살았음을 알았네. (年九十而知八十九非.) 한 세상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오로지하던 어떤 이가 세상 떠나기 즈음하여 스스로 지은 묘비명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 사람, 나이 여든에는 지난 날 되돌아보지 않았을라? 그렇다면 지난 일흔아홉 해를 깊이 뉘우쳤을 터이다. 하기야, 이 사람, 스스로 지었다는 이 말을 어디서 많이 보았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이런 구절이 있다. 거백옥은 나이 쉰 되니 지난 마흔아홉 해를 잘못 살았음을 알았네. (蘧伯玉五十而知四十九非.) 춘추시대 거백옥蘧伯玉의 이야기로 '원도훈原道訓'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세상 온전히 잘 사는 이는 언제나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궤도 수정을 했다. 그리하여 스스로 온전한 인격에 도달하려고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돈 세다 잠드소서

영주永州에 사는 백성들은 모두 수영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어느 날, 물이 갑자기 불어났는데도 대여섯 사람이 자그마한 배를 타고 상강湘江을 가로 건너고 있었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그만 배가 파손되었다. 배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건너편 기슭을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헤엄을 쳐도 평상시와 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를 본 그의 또래가 이렇게 물었다. “자네 헤엄 솜씨는 알아주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뒤처지는가?” “엽전을 천 냥이나 허리에 찼더니 무거워서 뒤처지네.” “왜 버리지 않는가?” 그는 대답 대신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기슭에 닿은 또래가 그를 향해 목소리를 한껏 높여 내질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그 손가락만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그는 돌덩어리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시험하여 재물에 대한 탐욕이 적은 이를 찾아 신선으로 만들려고 했다. 골골샅샅 찾았지만 이런 이는 없었다. 커다란 바위를 황금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지만 모두 너무 작다며 고개를 저었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에게 신선은 돌덩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 이 돌을 황금으로 만들어 네게 줄 것이니라.” 하지만 이 사람은 고개를 흔들며 필요 없다고 했다. 신선은 이 양반이 돌덩이가 작아서 그러는 줄 알고 커다란 바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 저 바위를 황금으로 만들어 네게 줄 것이니라.” 그래도 이 양반은 고개를 흔들며 필요 없다고 일렀다. 신선은 재물에 대한 탐욕이 전혀 없는 이런 양반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