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5. 다섯째 마당 - 神 3

인화人和

군대를 부려 전투를 벌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한데 뭉쳐 화합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한데 뭉쳐 화합하면 동원력을 내리지 않아도 뜻을 모아 작전에 참여한다. 만약 고급 장교들이 근거 없이 서로 의심한다면 사병들이 온 힘을 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계책도 받아들이지 않고 부하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서로 상대방을 헐뜯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탕湯이나 주周 나라 무왕武王의 지혜와 계략으로도 보잘것없는 이 하나를 부너뜨릴 수 없는데 여러 사람이라면 어떻겠는가? 제갈량諸葛亮이 펴낸 두 번째 권에서 '화인和人'을 몽땅 옮겨왔다. 어디 군대를 부려 전투를 벌이는 일만 그러하겠는가? 여러 사람이 마음으로 서로 뭉쳐 화합하지 못하면 제대로 될 일 어디 있겠는가? 화합하지 못하면 앞을 막아선 자그마한 언덕도 태산보다 높..

향기 넘치는 부부

밥상을 물리고 나면 (남편과 함께) 귀래당歸來堂에 앉아 차를 우렸다. 그러면서 가득 쌓인 책을 가리키며 어떤 전고典故가 어느 책 몇 권 몇 쪽 몇째 줄에 있는지 알아맞히기로 승부를 결정하여 차를 마시는 순서를 정했다. 맞히면 찻잔을 들고 크게 웃다가 가슴에 찻물을 쏟아 한 모급도 마시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환경에서 한 평생을 지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기에 우리 부부는 비록 환난과 곤궁 속에 살지라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북송과 남송 어름에 살았던 여류시인 이청조李淸照의 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청조는 문학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사대부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뛰어난 시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열여덟 살에 스물한 살 난 태학생 조명성趙明誠과 북송의 도성 변경汴京에서 결혼했다. 때는 휘..

정사초鄭思肖의 지절

"어떤 놈이 흙을 훔쳐갔다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모르는가?" "흙도 뿌리도 그리지 않고 잎과 꽃만 그렸으니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떤 이의 이 물음에 정사초가 버럭 목소리를 높인 되물음이다. "아니, 어떤 놈이 흙을 다 훔쳐갔다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호통이었다. 이 호통 속에는 원元에 나라를 내어준 송宋의 유민으로서의 애절하고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나라가 망하자 그는 자기 이름까지 '사초思肖'로 바꾸었다. '초肖'는 '조趙'의 오른편을 취한 글자이다. 조씨가 세운 자기 조국 송宋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이다. 송을 세운 황제가 바로 '조광윤趙匡胤' 아닌가. 정사초의 지조와 절개가 서릿발이다. 그가 그린 국화 제시에도 무릎 꿇지 않으려는 그의 기개가 자못 오롯하다. 꽃이 피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