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2. 둘째 마당 - 目 5

안목眼目

무릇 사물은 겉모습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라지 싹은 벼이삭처럼 보이고 검은 소의 황색 무늬는 호랑이처럼 보이며, 백골은 상아처럼 보이고, 붉은 바탕에 흰무늬가 있는 돌은 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 즉 ‘사이비’이다. '위책1魏策一'에서 뽑아왔다. 전국시대 초기에는 위魏 나라가 칠웅 가운데 앞이었다. 인재를 알아본 위문후魏文侯와 그의 뒤를 이은 위무후魏武侯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임지 업현鄴縣으로 떠나는 서문표西文豹가 공을 세우고 이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위문후가 내놓은 말 가운데 한 부분이다. 권력을 가진 자 곁에는 권력의 한 부분이라도 손에 쥐려는 자들이 떼로 몰려든다. 이들..

오독誤讀

노魯 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기夔는 다리가 하나뿐이라는데 믿을 만하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다리가 하나뿐이겠습니까? 기는 다른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단지 음률에 정통했을 뿐입니다. 요堯 임금께서, ‘이런 사람이라면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라고 이르며 악정樂正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러기에 군자가 이르기를, ‘기 한 분만 있으면 족足하다[夔有一, 足]’라고 했지, ‘기는 다리[足]가 하나[夔有一足]’라는 말이 아닙니다.” '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에서 한 부분 가져왔다. 잘못 읽으면 그릇되게 이해할 수밖에 없으니, 이는 글뿐만 아니라 세상에 두루 통하는 이치이다. 사람 잘못 읽고 긴한 자리에 앉히면 낭패가 코앞일 터. 시세 잘못 읽고 큰돈 던졌다가는 큰코..

효빈效嚬

공연 중에 이루어지는 상투적인 스타일은 가지각색이라 하나하나 다 셀 수 없는데, 참으로 격이 낮고 속된 내용을 어느 한 사람이 연출하고 나면 수많은 이들이 이를 본받아 표준으로 굳어지니,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로다! 17세기 청淸 나라 극작가 이어李漁의 '연습부演習部' 가운데 한 부분이다. 그가 ‘괴이쩍은 일’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도 여러 사람의 눈길을 받는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단지 이들의 비속한 행동이 미칠 부정적인 결과를 염려했음이 분명하다. 옛적 초楚 나라 영왕靈王이 몸매 가는 사람 좋아하자 이 나라 사대부들이 먹을 것 덜 먹으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물론 온 나라 백성들이 이를 본받아 굶어죽더라도 몸매 날씬해지기를 간..

금덩어리만 눈에 보이니

지난날 제齊 나라에 황금을 손에 넣으려는 이가 있었다. 이 사람이 이른 아침에 옷 입고 모자 쓰고 저자로 나가서 황금을 파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틈을 타서 황금을 슬쩍 가지고 자리를 떴다. 그를 잡은 관리가 이렇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거기 있었는데, 자넨 어떻게 다른 사람의 황금을 가져갈 생각을 했는가?" 그러자 이 사람을 이렇게 대답했다. "황금을 슬쩍 손에 넣을 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덩어리만 보입디다." 전국시대 정鄭 나라의 철학자 열어구列御寇의 저서 '설부說符' 마지막 단락에서 가져왔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나 이제나 탐욕으로 이성을 잃은 자의 행태는 하나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열어구가 살았던 2천 4백여 년 전에도 그러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눈이 곧 마음

얼굴은 온몸의 주요 부분이며, 눈은 또 얼굴의 주요 부분이다. 관상을 보는 이는 언제나 얼굴부터 살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또 얼굴을 보는 데는 먼저 눈부터 살핀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파고들며 연구하지는 않는다. 나는 관상을 보는 방법으로 반드시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잘 알아야 그 형체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무엇인가? 바로 눈썹, 머리카락, 입, 이, 귀, 코, 그리고 손과 발 따위이다. 마음은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는가?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눈이 있으니 걱정 말라. 마음의 바름과 그름을 살피는 데 눈을 살피는 것보다 더 절묘한 방법은 없다." 17세기 청나라 때 극작가 이어李漁가 쓴 '성용부聲容部-미안眉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