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12. 열두째 마당 - 然 2

쓸모없는 사람 없다

예전에 공손룡公孫龍이 조趙 나라에 있을 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과 교분을 맺지 않네.” 이때, 허름한 옷에 낡은 새끼로 허리를 동인 사람이 공손룡을 찾아와 얼굴을 마주하며 이렇게 아뢨다. “저는 고함을 잘 지릅니다.” 이 말을 듣자 공손룡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들 가운데 고함을 잘 지르는 자가 있느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공손룡은 이렇게 일렀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우리 곁에 머물도록 하고 이름을 명부에 올려라.” 며칠 뒤, 공손룡은 연燕 나라 임금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길을 떠날 일이 생겼다. 황하에 이르러 강 양쪽을 오가며 사람이나 물건을 나르는 배가 강 저쪽에 있음을 알았다. 고함을 잘 지르는 자를 불러 이 ..

곧은길이나 질러가는 길보다 더 편리한 길은 없다. 그러나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은 없다. 대체로 새롭고 독특함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곁문을 내어 집안 식구들이 드나들기에 편리하도록 한다.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닫아서 아담하고 우아한 운치를 살리면서 실제 생활의 쓰임을 모두 갖추도록 했다. 『한정우기閑情偶寄』「거실부居室部」〈방사제일房舍第一〉가운데 ‘도경途徑’ 꼭지 전문을 몽땅 데려왔다. 구불구불 곡선으로 그려진 길이 우리가 걸었던 길의 원형이다. 길은 원형을 허물고 변형으로 치닫기를 결코 소망하지 않았지만 곡선의 부드러움과 정겨움을 허문 이는 인간이었다. 길의 원형을 허물기 시작한 인간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