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술맛이 좋아도 개가 무서우면

촛불횃불 2022. 9. 7. 16:01

  송 나라에 술을 빚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 되도 아주 공정하고 손님을 대하는 몸가짐도 조심스럽고 발랐을 뿐만 아니라 그가 빚은 술에서도 향기가 맑고 깨끗했다. 게다가 문간에 내달은 술집 광고 깃발의 위치도 자못 높았다. 그런데도 술이 팔리지 않고 오래되자 맛이 변하여 시어졌다. 까닭을 알 수 없어 갸우뚱하던 이 양반이 앞뒤를 알 만한 동네 어른 양천楊倩에게 물었다.

  “자네가 기르는 개가 사나운가?”

  술을 빚어 파는 이 양반이 되물었다.

  “개가 사납다고 술이 팔리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자네가 기르는 개를 두려워한다네. 아이에게 돈을 주고 주전자 들려 술을 사오라고 했을 때, 자네 개가 뛰어나와 깨물겠지. 이 때문에 술이 팔리지 않고 맛이 변하여 쉬는 걸세.” 

 

  『한비자韓非子』「외저설우상外儲說右上가운데 한 부분이다.

한 도막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지만 여기에 담긴 속살은 달리 읽어야 한다. 더 넓혀 세상살이 전반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한 집안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집안 어른이 사나운 개처럼 찾아오는 손님을 으르렁거리듯이 대한다면, 감히 범접할 이웃이 없을 것이다. 무서워서 피하고 더러워서 피할 테니까.

  한 나라도 이와 같아서 군주 한 사람이 사나운 개처럼 으르렁대며 물어뜯을 태세라면, 어질고 재능 있는 신하가 곁에 모여들 리 없을 것이다. 무서워서 피하고 더러워서 피할 테니까.

  군주 곁에 권세를 한껏 누리는 대신이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못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사나운 개처럼 위세를 떨친다면, 재능 있는 인재가 곁에 올 리 없다. 무서워서 피하고 더러워서 피할 테니까.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宋人有酤酒者,升概甚平,遇客甚謹,爲酒甚美,縣幟甚高,著然不售,酒酸. 怪其故,問其所知閭長者楊倩. 倩曰:“汝狗猛耶?”曰:“狗猛則酒何故而不售?”曰:“人畏焉. 或令孺子懷錢挈壺甕而往沽,而狗迓而齕之,此酒所以酸而不售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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