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왕昭王이 이렇게 물었다.
“누구를 먼저 방문해야 옳겠소?”
곽외郭隗가 입을 열었다.
“신이 듣잡기로는 옛적에 어떤 임금께서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지만 세 해가 되도록 손에 넣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궁중에 시종 하나가 임금께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저에게 사오도록 시키시기 바랍니다.’
임금께서는 이 사람을 보냈습니다. 석 달 뒤, 이 사람이 마침내 오백 금으로 천리마를 손에 넣었습니다만, 이미 죽은 말이었습니다. 그것도 죽은 말의 머리를 오백 금이나 주고 사서 임금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임금께서 크게 노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산 말이네. 죽은 말을 뭣에 쓰겠는가? 그것도 오백 금이나 주고 말일세.’
그러나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은 말을 사면서 오백 금을 치렀는데 더군다나 산 말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분명 대왕께서 말을 사들이는 데 뛰어나다고 믿으며 천리마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과연 한 해가 채 못 되어 천리마 세 필을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대왕께서 진정으로 인재를 예를 갖추어 곁에 모실 작정이라면 먼저 저 곽외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사람도 중용되는데 저보다 나은 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들이 어찌 천릿길 멀다며 마다겠습니까?”
『전국책戰國策』「연책1燕策一」<연燕의 소왕昭王이 파괴되어 황폐해진 연을 수습한 뒤에 임금의 자리에 오르다[燕昭王收破燕後卽位]>에서 한 부분 가져왔다.
소왕은 현명한 인재를 곁으로 불러 높여 씀으로써 연나라를 전국시대 칠웅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여기에 곽외의 총명과 예지가 큰 힘을 발휘한다. 살펴보면, 곽외의 자기 PR 방식도 가히 예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재를 곁으로 불러 높이 쓰려면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려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은 인재를 아낀다. 인재는 자기를 알아보는 이를 위해 온 몸을 바친다. 그러나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곁에 인재는 결코 가까이 오지 않는다.
유향劉向은 현명한 인재가 있는데도 찾을 줄 모르는 것, 인재를 찾아내고도 쓰지 않는 것, 인재를 쓰면서도 믿지 않는 것, 이 세 가지가 나라의 불행이라고 일렀다.
그런데 바로 몇 년 전, 이런 인재를 블랙리스트로 따로 작성하여 남몰래 해코지하는 일이 대명천지 이 나라에서 벌어졌다. 슬프다.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昭王曰:“寡人將誰朝而可?”郭隗先生曰:“臣聞古之君人,有以千金求千里馬者,三年不能得. 涓人言於君曰:‘請求之.’ 君遣之. 三月得千里馬,馬已死,買其首五百金,反以報君. 君大怒曰:‘所求者生馬,安事死馬而捐五百金?’ 涓人對曰:‘死馬且買之五百金,況生馬乎? 天下必以王爲能市馬,馬今至矣。’於是不能期年,千里之馬至者三. 今王誠欲致士,先從隗始;隗且見事,況賢於隗者乎? 豈遠千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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