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불상사不祥事

촛불횃불 2022. 9. 7. 16:25

  제 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는 호랑이를 만났고 늪지대에서는 뱀을 보았다. 사냥에서 돌아온 경공은 안자晏子를 불러 이렇게 물었다.

  “내 오늘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는 호랑이를 만났고, 산에서 내려와 늪지대를 지날 때는 뱀을 보았으니 이게 혹시 불길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소.”

  그러자 안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는 세 가지 불길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께서 방금 말씀하신 일은 여기에 없습니다. 무릇 현명한 인재가 있지만 찾을 줄 모르면, 이것이 첫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그리고 현명한 인재인 줄 알면서도 쓰지 않으면, 이것이 두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게다가 현명한 인재를 골라 쓰면서도 믿지 않으면, 이것이 세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이른바 불길한 일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들입니다. 오늘 산에 올랐다가 호랑이를 만난 건 호랑이 굴이 본시 거기 있었기 때문이요, 늪지대에서 뱀을 본 건 뱀의 굴이 본시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서 호랑이 만나고 뱀을 본 것이 어찌 불길한 일이겠습니까?”

 

제나라 경공

 

  유향劉向설원說苑』「군도君道에서 뽑아왔다.

  호랑이도 뱀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만물이 제 자리에 제대로 있으면 상서롭지 못한 일 일어날 리 없다. 참 불상사는 안  영晏嬰이 제나라 경공에게 이른 세 가지이다.

 

안영

  참으로 필요한 인재를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이라며 따로 작성한 명단으로 통제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이들의 손에 쥔 붓을 부러뜨리고 이들의 힘찬 목소리 듣기 싫어 입을 막는 일이 바로 나라의 불상사이다. 군주가 제 생각과 다르다며 이들의 생각까지 지배하려고 팔을 걷어붙이면, 이게 바로 나라의 불상사이다.

  현명한 인재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며 힘껏 일하는 나라의 미래는 밝다. 모름지기 군주는 이들이 제 목소리로 목청 높여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인재를 인재로 알아보지 못하는 군주, 이런 군주가 지배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다행히 백성이 주인인 공화국에서는 이런 군주를 내칠 수 있는 권한이 백성에게 있다.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을 여기 보인다.

 齊景公出獵上山見虎下澤見蛇歸召晏子而問之曰今日寡人出獵上山則見虎下澤則見蛇殆所謂之不祥也. ”晏子曰國有三不祥是不與焉夫有賢而不知一不祥知而不用二不祥用而不任三不祥也所謂不祥乃若此者也. 今上見虎虎之室也下澤見蛇蛇之穴也如虎之室如蛇之穴而見之曷爲不祥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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