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당

이런 순리循吏

촛불횃불 2022. 9. 7. 16:41

  어떤 행상이 재상에게 물고기를 올렸지만 재상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행상이 이렇게 물었다.

 “어르신께서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올리는데 무슨 까닭으로 받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재상의 대답은 이러했다.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았소. 지금 이 사람은 재상으로서 물고기를 내 돈으로 살 수 있소이다. 하지만 지금 물고기를 받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누가 내게 물고기를 올리겠소? 그래서 받지 않았소

 

  사마천의 사기史記』 「순리열전循吏列傳에서 가져왔다.

  이 글에서 재상은 춘추시대 노 나라에서 법을 받들어 지키기로 이름난 공의휴公儀休이다.

 

공의휴

  법을 잘 지키는 데다 백성들에게 항상 선량한 마음으로 다가갔던, 이른바 순리循吏들의 열전을 앞에 두고, 이와는 대립되어 짝을 이루는 혹리酷吏들의 열전을 뒤에 둔 사마천의 깊은 뜻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헤아려진다.

  예나 이제나 나랏일보다는 제 잇속 챙기기에 더 많은 힘을 쏟는 관리가 어찌 없으랴. 그런데 이들이 제 속마음을 감추어 둔 채 겉으로 드러내는 언사나 행동은 가히 일류 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백성 위하는 가식으로 찬란하다. 제 잘못도 착한 상대방의 잘못으로 슬쩍 바꾸어 덮어씌우는 데 가히 이골이 난 모습이다.

  공의휴를 이 시대 이 나라 장관으로, 그것도 법을 관장하는 장관으로 앉히면 어떨까. 좋을 듯하다. 물고기 은근히 바치며 제 이익 도모하려는 무리도 줄어들 터이고, 맑은 윗물 덕택에 흐렸던 아랫물도 차차 맑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위 가져온 글의 원문은 이렇다.

 客有遺相魚者, 相不受. 客曰:“聞君嗜魚, 遺君魚, 何故不受也?” 相曰:“以嗜魚, 故不受也. 今爲相, 能自給魚: 今受魚而免, 誰復給我魚者? 吾故不受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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