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말 37

단점의 장점& 장점의 단점

제齊 나라 사신이 위魏 나라 도성 대량大梁에 왔다. 손빈孫臏은 형벌을 받은 신분으로 제의 사신을 남몰래 만나 자기 의견을 털어놓았다. 제나라 사신은 이 양반이 굉장한 인재임을 알아보고 몰래 자기 수레에 태우고 제나라로 돌아갔다.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가 그를 높이 평가하여 큰손님 대접하듯이 높여 대우했다. 전기는 걸핏하면 제나라 귀족 자제들과 큰돈을 걸고 경마를 즐겼다. 손빈은 이들 말의 실력이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고 이들을 상, 중, 하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그런 뒤, 손빈은 전기에게 이렇게 일렀다. "이제 크게 지르십시오. 제가 어르신을 승리하게 만들겠습니다." 전기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제나라 왕공 귀족의 자제들과 경마를 벌이기로 하고 천금의 판돈을 걸었다. 경기에 임하기에 앞서 손빈은 전기에..

간언에 귀 막은 군주

춘추시대 진陳 나라 영공靈公이 행실도 바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는 말도 당치 않은지라, 이 나라 대부 설야泄冶가 이렇게 간언했다. "우리 진나라가 망하게 생겼습니다! 제가 벌써 몇 차례나 고칠 것을 청하여 올렸지만 임금께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엄숙함과 장중함을 버리고 있습니다. 임금께서 백성을 교화함은 바람이 풀을 눕히는 것과 같아서 동풍이 불면 풀은 서쪽으로 눕고 서풍이 불면 풀은 동쪽으로 눕습니다. 결국 풀이 눕는 방향은 바람의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임금께서는 일거수일투족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부러진 나무가 어찌 곧은 그림자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임금께서 행동을 바르게 하지 않으시고 말씀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시면 그 이름을 보존하여 후세에 남길 수 없습니다."..

무게 없는 말은 침묵보다 가볍나니

위衛 나라의 어떤 이가 아내를 맞아들였다. 새댁은 수레에 오르자 마부에게 이렇게 물었다. "바깥쪽에서 달리는 말은 뉘 집 것이오?" "빌렸습니다." 그러자 새댁이 마부에게 이렇게 일렀다. "바깥쪽에서 달리는 말은 채찍질해도 되지만 안쪽에서 달리는 말은 채찍질해선 안 되오." 수레가 신랑 댁 문간에 이르자 새댁은 들러리의 부축을 받으며 수레에서 내렸다. 이때, 새댁이 들러리에게 이렇게 일렀다. "빨리 부엌의 불을 끄게, 자칫 불나겠네." 새댁이 이제 방에 들어가려는데, 마당에 놓인 돌절구가 눈에 들어오자, 이번에는 이렇게 일렀다. "이놈을 창문 아래로 옮기게, 오가는 이들에게 거치적거리겠네." 이 말을 들은 신랑 댁 어른들이 피식 웃었다. 새댁이 이른 세 마디는 하나같이 꼭 필요한 말이었지만 비웃음을 면치..

금덩어리만 눈에 보이니

지난날 제齊 나라에 황금을 손에 넣으려는 이가 있었다. 이 사람이 이른 아침에 옷 입고 모자 쓰고 저자로 나가서 황금을 파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틈을 타서 황금을 슬쩍 가지고 자리를 떴다. 그를 잡은 관리가 이렇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거기 있었는데, 자넨 어떻게 다른 사람의 황금을 가져갈 생각을 했는가?" 그러자 이 사람을 이렇게 대답했다. "황금을 슬쩍 손에 넣을 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덩어리만 보입디다." 전국시대 정鄭 나라의 철학자 열어구列御寇의 저서 '설부說符' 마지막 단락에서 가져왔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나 이제나 탐욕으로 이성을 잃은 자의 행태는 하나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열어구가 살았던 2천 4백여 년 전에도 그러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눈이 곧 마음

얼굴은 온몸의 주요 부분이며, 눈은 또 얼굴의 주요 부분이다. 관상을 보는 이는 언제나 얼굴부터 살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또 얼굴을 보는 데는 먼저 눈부터 살핀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파고들며 연구하지는 않는다. 나는 관상을 보는 방법으로 반드시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잘 알아야 그 형체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무엇인가? 바로 눈썹, 머리카락, 입, 이, 귀, 코, 그리고 손과 발 따위이다. 마음은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는가?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눈이 있으니 걱정 말라. 마음의 바름과 그름을 살피는 데 눈을 살피는 것보다 더 절묘한 방법은 없다." 17세기 청나라 때 극작가 이어李漁가 쓴 '성용부聲容部-미안眉眼'에서 ..

달콤한 아첨 멀리하기

추기鄒忌는 키가 여덟 자 남짓에 풍채가 의젓하고 용모도 준수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조복에 의관을 갖추고 거울 앞에 선 그가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 보기에 나랑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徐公이랑 누가 더 멋지오?" "그야 당신이 훨씬 멋지지요. 당신을 어떻게 서공과 겨눌 수 있겠어요?"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은 제齊 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는 미남자였기에 추기는 크게 자신하지 못하고 이제 그의 작은마누라에게 물었다. "나랑 저쪽 마을에 사는 서공이랑 누가 더 멋지오?" "당신을 어떻게 서공과 겨눌 수 있겠어요?" 다음날, 어떤 손님이 집으로 찾아와 추기와 함께 앉아 한담을 주고받았다. 그때, 추기는 이 손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랑 서공이랑 누가 더 멋지오?" "서공은 어른에게 상대가 되지 않지요..

난쟁이의 풍간諷諫

위衛 나라 영공靈公 때 미자하彌子瑕가 임금의 총애와 신임을 받으며 나라를 오로지했다. 어느 날, 어떤 난쟁이가 영공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꿈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영공이 물었다. "무슨 꿈을 꾸었소? 난쟁이가 대답했다. "아궁이를 보았는데, 결국 임금님을 뵙는군요." 이 말에 영공이 화를 내며 소리 높였다. "임금을 뵈려면 꿈에 태양을 본다는데, 어찌 꿈에 아궁이를 보고 과인을 만나려 한단 말이오?" 난쟁이가 임금의 말에 대답하여 입을 열었다. "태양이 온 세상을 두루 비춘다면 물건 하나가 이를 막아설 수 없습니다. 임금님께서 이 나라 모든 사람을 두루 비춘다면 어느 한 사람이 임금님을 막아설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임금님을 만나려는 자는 꿈에 태양을 보는 것입니다. 만약 아궁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