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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거왕義渠王과 사통하여 두 아들 낳은 선태후宣太后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기 훨씬 전, 진秦 나라는 주周 나라 서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나라로 이적夷狄의 땅이라 불렸다. 이렇게 여러 제후국들이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진나라는 야금야금 세력을 불려 나갔다. 그리하여 전국시대 말엽 소양왕昭襄王에 이르렀을 때에는 조趙 나라와 크게 맞붙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 진나라는 장평長平에서 조나라의 대군을 꺾으며 승리함으로써 마침내 칠웅 가운데 일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때는 기원전 260년, 소양왕이 진나라 왕의 자리에 오른 지 마흔일곱 해째 되는 해였다. 진나라 역사를 통틀어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소양왕을 제 몸으로 낳은 여인이 선태후宣太后이다. 먼저 사마천의 에서 한 부분을 가져온다. 소양왕의 어머니는 초楚 나라 사람으로, 성은 미羋 ..

지도와 함께하는 전국시대

*먼저 전국시대 바로 앞 시기 춘추시대 말엽의 지도부터 보자. 전국시대 1. 개략 . 동주 시대 여러 제후국이 각각 자기 땅을 더 넓히기 위해, 자기 권력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격렬하게 투쟁을 벌이던 시대. .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는 역사상 시간적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기원전 453년을 표지로 삼는다. . 이 해에 춘추시대 여러 제후국 가운데 큰 나라였던 진晉이 조趙, 위魏, 한韓으로 갈라지는, 이른바 ‘삼가분진三家分晉’이 일어난다. 종주국 주 왕실의 권위가 무너진 것이다. . 이로부터 서쪽 변방의 진秦이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전국시대라 이른다. . 이 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은 전쟁으로 인한 난리가 2백여 년이나 잇달았다는 점이다. . 인구는 대략 3천만 명 이상, 기원전 249년..

한평생 세 번 시집간 여인 - 해우공주解憂公主

광왕이 또 해우공주를 맞아 사내아이 치미를 낳았지만 공주와 화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포학하기까지 하여 민심을 잃었다. (狂王復尙楚主解憂, 生一男鴟靡, 不與主和, 又暴惡失衆.) '서역전西域傳' 뭇 산들이 그대 아름다운 적곡성을 에워쌌도다; 만경창파 전지호闐池湖여, 찬미 노래로 물결 일렁이도다. 벌 나비 춤추듯이 모여든 인민이여, 온갖 새들 봉황을 향하는 것 같도다; 오손산 탑 위 소나무 높이 솟아 구름에 이르러 서천산 푸른 하늘도 장식하도다. 한 왕조 다시 번성함이 대단하다는 걸 세상에 어느 누가 모르랴. 달콤한 물 마음껏 들이켤 때 수원을 잊지 말아야지, 오손국 흥성도 한나라와 어깨 결었기 때문이지. 덕망 높은 오손왕이여, 오손국의 뛰어난 영웅이여. 눈 있는 이 알아야 하리, 한 나라 화친공주 모두 ..

생명을 얻은 숫자 - 사마상여司馬相如와 탁문군卓文君

이때, 탁왕손의, 과부가 된 지 얼마 안 된 딸 문군文君은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사마상여는 짐짓 현령과 서로 높이고 존중하는 체하며 거문고로 그녀의 마음을 은근히 기울이기로 했다. (是时卓王孙有女文君新寡. 好音. 故相如缪与令相重,而以琴心挑之.)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가만히 살펴보면 숫자도 생명이 있어 움직이는 듯하다. 고대 인도인이 만들고 아라비아 상인의 큰 공으로 세상에 널리 퍼진 아라비아 숫자도 그러하지만 중국인의 한자 숫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숫자가 가진 차례와 분량을 셈하는 기능을 십분 활용한 숫자 놀이는 단순한 놀이의 기능을 넘어 문학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사람들을 자못 감동시킨다. 이런 점에서, 중국 서한 시대, 사마상여와 탁문군이 엮어낸 이야기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먼저, ..

청루의 여자가 된 황후① - 호황후胡皇后

호황후는 다른 사내와 사통하다가 뒷날 태후가 되고 나서도 줄곧 미남자를 곁으로 불렀다. 뒷날 북제北齊가 망하자, 그녀는 청루의 여자로 전락했다고 한다.[胡皇后便與別人私通, 後來當了太后, 也一直是面首不斷. 後來北齊亡國, 據說她淪落娼門.] '제왕 뒤의 처량하고 요염한 그림자帝王身後裏的凄艶身影' 호황후胡皇后의 가슴은 아직도 두근두근 뛰었다. 한참이나 지났지만 무성제武成帝 고담高湛 뒤에 섰던 화사개和士開의 모습이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재능과 덕망을 두루 갖추었다는 효소제孝昭帝 고연高演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겨우 이태 만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자 자리를 이은 고담은 날이면 날마다 술과 여색에 깊이 빠져 나랏일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건국에 공이 큰 신하는 물론 친왕까지 마구 죽이고 ..

나라님 셋을 섬긴 여인 - 하희夏姬

자령子靈의 여자(곧 하희夏姬를 말함)가 사내 셋을 살해했다. 나라님 하나에 아들 하나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한 나라도 망치고 두 재상도 몸을 피했으니,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지나친 아름다움은 분명 지나친 추함도 있다고 했으니, 이 여인은 정鄭 나라 목공穆公의 작은이 요자姚子의 딸로서 자학子貉의 누이이다. …….” (子靈之妻殺三夫, 一君, 一子, 而亡一國, 兩卿矣. 可無惩乎? 吾聞之 : “甚美必有甚惡, 是鄭穆公少妃姚子之子, 子貉之妹也.……,”) '소공28년昭公28年' 무슨 일 있어 주림으로 가시나요? 하남 찾으러 갈 뿐입니다. 주림에 이르지 않았나요? 하남 찾을 생각뿐입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주읍 교외에 멈추었지요. 네 필 망아지에 내 몸 올려, 주읍에 이르러 아침을 먹는답니다. 胡..

매맞은 임금-초평왕楚平王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의 묘를 파헤치고 주검을 꺼내어 3백 대의 매를 때린 뒤에야 채찍을 내려놓았다. (伍子胥乃掘楚平王墓, 出其尸, 鞭之三百, 然後已.)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 “대왕, 따라온 계집종을 매만져 곱게 꾸민 뒤 동궁으로 들여보내면 될 것이옵니다.” 초나라 평왕의 명을 받아 태자비를 맞으러 진나라로 건너간 이는 태자 건建의 소부 비무기費無忌였다. 태자비로 예정된 이는 맹영孟贏, 바로 진나라 왕 애공哀公의 누이였다. 태자비를 맞으러 진나라 왕궁에 들어간 비무기는 맹영을 보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뛰었다. 바르지 못하고 간교한 신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좀 더 움켜쥐어야 할 권력만이 모든 것이었다. 비무기의 머릿속은 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 기회를 자기 것으로 ..

중국의 첫 번째 부자 범려范蠡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중국 옛적에도 권력이 있으면 돈도 따른다고 했겠다, 춘추 말엽 중국 동남방에 치우친 큰 땅, 월越 나라 군주 구천勾踐을 재기하게 만든 범려쯤 되면, 재물을 통째로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범려는 현명한 인물이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성신퇴功成身退'를 몸소 실천했다. 공을 세워서 이룬 뒤에는 자리를 물러나는 지혜, 그렇다,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지식'이라지 않고 '지혜'라고 이른다. 때는 기원전 536년, 춘추시대 초楚 나라 땅에서 태어난 범려는 집안은 비록 한미했지만 끊임없는 자기 연마로 박학다재했다. 이런 그를 당시 초나라 위정자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정치가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곳에서 제 뜻을 펼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동쪽..

세 가지 위험

세상에는 세 가지 위험한 일이 있다. 덕이 모자라는데도 윗사람의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그 한 가지 위험한 일이요, 재능은 별로 없는데 지위가 높은 것이 또 한 가지 위험한 일이요,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는데 봉록을 후하게 받는 것이 마지막 한 가지 위험한 일이다. '인간훈人間訓'가운데 한 구절을 뽑았다. 덕이 모자라는데도 윗사람의 총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마다않는 게 사람이다. 제 재능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재능 있는 이 누르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온 힘을 다 쏟는 게 또 사람이다. 큰 공 세우지 않았는데도 녹봉은 후하게 차지하려는 게 사람이다. 욕망 때문이다. 절제되지 않은 욕망이 임계점을 넘어 탐욕으로 바뀌는 순간 죽음은 턱 앞이다. 인간의 욕망은 권력을 오로지하려는 자가 이용하는 덫이..

매화를 아내로 맞은 사나이 - 임포林逋

衆芳搖落獨暄妍, 占盡風情向小園.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霜禽欲下先偷眼, 粉蝶如知合斷魂. 幸有微吟可相狎, 不須檀板共金樽. 온갖 꽃 떨어진 뒤 홀로 고운 자태로 작은 동산의 풍광을 모두 차지했구나. 성긴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잠기니, 그윽한 향기 어렴풋한 달빛에 풍기네. 하얀 학 앉으려다 먼저 슬며시 살펴보고, 나비 미리 알았다면 심히 부끄러웠으리. 다행히 시 읊조리며 친해질 수 있으니, 노래하고 술 마시며 흥 돋울 일 없어라.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의 두 도막 가운데 첫 번째 도막이다. 매화 특유의 자태가 드러내는 아름다움과 고결한 품성이 그대로 보인다. 매화가 어렴풋한 달을 만났으니 이 또한 멋진 풍광인데, 성긴 가지가 달빛에 은은한 그림자 만들며 맑은 물에 잠긴 모습은 바로 이 시를 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