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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표변君子豹變

. 군자-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인물. . 군자는,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소견이 좁은 인물, 곧 소인小人에 상대되는 말. . '표豹'는 표범, '변變'은 바뀌다, 변화하다. . 군자는 자기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표범의 성장처럼 아주 빠르고 뚜렷함. . 출처- '혁괘革卦' 君子豹變, 小人革面 - 군자는 표범처럼 빠르게 변화하지만 소인은 겉모습만 바꾼다. . 막 태어난 새끼 표범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커감에 따라 곧 웅건하고 멋지게 바뀐다. >그 모습이 고치가 나방으로 변하는 모습과는 달리 너무 빨라서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옛 어른들은 새끼 표범의 성장 모습을 군자의 성장에 비유했다. >군자도 금방 태어났을 때에는 볼품 없었지만 자기 수양과 지식 탐구로 웅건하고 덕성..

사자성어 & 말 2021.11.06

오독誤讀

노魯 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기夔는 다리가 하나뿐이라는데 믿을 만하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다리가 하나뿐이겠습니까? 기는 다른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단지 음률에 정통했을 뿐입니다. 요堯 임금께서, ‘이런 사람이라면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라고 이르며 악정樂正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러기에 군자가 이르기를, ‘기 한 분만 있으면 족足하다[夔有一, 足]’라고 했지, ‘기는 다리[足]가 하나[夔有一足]’라는 말이 아닙니다.” '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에서 한 부분 가져왔다. 잘못 읽으면 그릇되게 이해할 수밖에 없으니, 이는 글뿐만 아니라 세상에 두루 통하는 이치이다. 사람 잘못 읽고 긴한 자리에 앉히면 낭패가 코앞일 터. 시세 잘못 읽고 큰돈 던졌다가는 큰코..

쓸모없는 사람 없다

예전에 공손룡公孫龍이 조趙 나라에 있을 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과 교분을 맺지 않네.” 이때, 허름한 옷에 낡은 새끼로 허리를 동인 사람이 공손룡을 찾아와 얼굴을 마주하며 이렇게 아뢨다. “저는 고함을 잘 지릅니다.” 이 말을 듣자 공손룡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들 가운데 고함을 잘 지르는 자가 있느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공손룡은 이렇게 일렀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우리 곁에 머물도록 하고 이름을 명부에 올려라.” 며칠 뒤, 공손룡은 연燕 나라 임금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길을 떠날 일이 생겼다. 황하에 이르러 강 양쪽을 오가며 사람이나 물건을 나르는 배가 강 저쪽에 있음을 알았다. 고함을 잘 지르는 자를 불러 이 ..

지도와 함께하는 중국 역사(夏~元)

1. 하夏-중국 역사상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세습제 왕조(기원전 2070년경~기원전 1600년경) . 첫 번째 군주 우禹가 아들 계啓에게 군주의 자리를 물려줌으로써 세습제 시작 . 마지막 군주는 걸桀-궁중에 배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주지酒池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미녀 후궁들과 술 마시며 즐겼다고 함.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를 만들어 냄. 왕후는 말희末嬉 ' 역사 기록-사마천의 '하본기' . 강역 2. 상商-중국 역사상 두 번째 세습 왕조(기원전 1600년경~기원전 1046년경) . 상탕商湯이 세운 나라 . 이 나라는 수도를 여러 번 옮겼으나 반경盤庚이 은殷으로 옮기며 중흥을 이루기 시작함. . 이 때문에 이 나라를 은 또는 은상이라고 이름. . 마지막 군주는 주紂, 왕비는 달기妲己. . 달기는 ..

곧은길이나 질러가는 길보다 더 편리한 길은 없다. 그러나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은 없다. 대체로 새롭고 독특함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곁문을 내어 집안 식구들이 드나들기에 편리하도록 한다.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닫아서 아담하고 우아한 운치를 살리면서 실제 생활의 쓰임을 모두 갖추도록 했다. 『한정우기閑情偶寄』「거실부居室部」〈방사제일房舍第一〉가운데 ‘도경途徑’ 꼭지 전문을 몽땅 데려왔다. 구불구불 곡선으로 그려진 길이 우리가 걸었던 길의 원형이다. 길은 원형을 허물고 변형으로 치닫기를 결코 소망하지 않았지만 곡선의 부드러움과 정겨움을 허문 이는 인간이었다. 길의 원형을 허물기 시작한 인간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

알파고의 무례無禮

그러기에 사람이 예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예가 없으면 이룰 수 없고, 국가도 예가 없으면 안정될 수 없다. (故人無禮則不生, 事無禮則不成, 國家無禮則不寧.) '수신修身'에서 가져왔다. 나는 바둑의 고수라는 중국의 커제柯潔가 알파고에게 세 번이나 잇달아 진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키득키득 한참이나 웃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바둑 고수 이세돌李世乭이 커제에 앞서 붙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한 판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는 바둑의 역사에서 마지막이 될 결과임에 분명하다. 나는 이런 대국을 세기의 대국이라 널리 알리며 자기 회사 선전에 열을 올리는 구글이 정말 염치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찼다. 염치없는 짓이란 바로 타자에 대한 예의를 잃은 행동을 낮잡아 이를 때 ..

내홍內訌

동물 가운데 훼虺라는 독사는 한 몸에 두 개의 입이 달렸다. 이놈이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느라 서로 물어뜯으며 싸웠다. 결국 이 두 개의 입이 서로 잔인하게 물어뜯다가 자기를 죽이고 말았다. 신하들이 권력과 이익을 더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나니, 이는 모두 독사 훼와 다름이 없다. '설림하說林下'에서 가져왔다. 한 나라나 집단 안에서 그 구성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이 외부의 적과 벌이는 싸움보다 더 위험하다. 내홍으로 입은 상처는 쉬 아물지 않는다. 통증은 오래가고 미움은 더 큰 미움을 부른다. 분단 때문에 치러야 했던 싸움으로 더 깊은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대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조정래 선생의 엔 '분단과 전쟁'이 앞서고 '전쟁과 분단'이 그 뒤를 잇는 꼭지로 엮어진다..

황제가 사랑한 여인-이사사李師師

"폐하께서는 귀하신 천자의 몸, 못 하실 일 없사오니, 그저 뜻대로 마음껏 즐기소서." 북송의 여덟 번째 황제 휘종徽宗을 곁에서 모시던 간신 고구高俅가 이렇게 부추겼다. 그러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함께 근질근질하던 휘종은 흥성거리는 저자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짐이 궁궐에 갇혀 일반 백성이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니, 오늘 이들이 사는 저자에 한 번 나가고 싶소." 간신은 예나 이제나 나라의 안녕보다는 황제의 굄을 차지하여 제 이익을 손에 넣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고구는 서생의 의복을 즉시 휘종 앞에 내놓았다. 미복을 입은 이들 일행이 궁문을 빠져나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어둠이 내리자 이른 곳은 금환항金環巷, 북송의 도성 변경汴京(지금의 허난성 카이펑開封)에서도 기녀가 남자들을 맞아들이는 집들이 잇대..

꽃밭에는 꽃들이

1. 범의꼬리 범의꼬리 아랫쪽 주황색 꽃은 금잔화. 우리집 꽃밭의 꽃들은 서로 견주며 잘난 체하지 않는다. 2. 꿩의비름 몇 년 전, 이웃집 새댁이 준 몇 포기가 이제는 꽃밭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며 번졌다. 향기가 좀 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욕심을 내다가도, 꿩의비름 자신은 이런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을 텐데, 하고 내 욕심을 나무란다. 3. 윤판 친구들은 이미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이 한 송이가 마지막 가는 세월을 지켜보려는 듯이 홀로 피었다. 여러 해 전, 안동 봉정사 앞 찻집에서 딱 한 뿌리 얻어다 심은 이 꽃이 이제는 꽤 번졌다. 이 꽃을 볼 때면, 찻집 주인의 넘치는 기품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오늘 '윤판'으로 검색하니 '윤판나물'이 열린다. 이 꽃과는 전혀 다르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도 ..

생활 속에서 2021.10.25

본성本性

검중黔中이란 자가 제齊 나라에서 벼슬을 했다. 그런데 이 양반, 뇌물을 좋아하다가 쫓겨나 생활이 곤궁하게 되자 환룡豢龍 선생을 찾아가서 이렇게 아뢨다. “소인이 재물을 탐내다가 지금 이렇게 벌을 받느라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어른께서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는 뇌물을 챙기다가 다시 파면되었다. 그러자 환룡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현석玄石이란 자가 술을 좋아하다가 과음하여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었지. 오장은 불에 쐰 듯 말라버리고 살과 뼈는 수증기를 쬔 듯 갈라졌는데, 온갖 약을 써도 되지 않았지. 사흘이나 지나서야 겨우 주독이 풀리자 곁에 있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지. -이제 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작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