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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쪄서 보관하는 방법

삶은 밤, 특유의 구수한 맛에 단맛까지 살짝 더하여 한겨울 지나 봄이 되어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자, 따라만 하셔요. 낱알도 상하지 않고 맛도 그대로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 있습니다. 1. 먼저 깨끗이 씻습니다. 물 위에 뜨는 놈은 벌레 먹었거나 상했으니 그냥 버리셔요. 2. 압력솥을 이용하셔요. 물은 8부 정도. 3. 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뒤 약 20분 후에 불을 끄셔요. 그리고 약 10분 동안 뜸을 들이셔요. 4. 뜨슨 기운 없이 완전히 식히셔요. 5.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 보관하셔요. 6. 몇 달 뒤, 세 발 달린 스텐리스 채반에 담아 한 번 더 찝니다. 맛, 짱!

생활 속에서 2021.10.06

효빈效嚬

공연 중에 이루어지는 상투적인 스타일은 가지각색이라 하나하나 다 셀 수 없는데, 참으로 격이 낮고 속된 내용을 어느 한 사람이 연출하고 나면 수많은 이들이 이를 본받아 표준으로 굳어지니,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로다! 17세기 청淸 나라 극작가 이어李漁의 '연습부演習部' 가운데 한 부분이다. 그가 ‘괴이쩍은 일’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도 여러 사람의 눈길을 받는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단지 이들의 비속한 행동이 미칠 부정적인 결과를 염려했음이 분명하다. 옛적 초楚 나라 영왕靈王이 몸매 가는 사람 좋아하자 이 나라 사대부들이 먹을 것 덜 먹으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물론 온 나라 백성들이 이를 본받아 굶어죽더라도 몸매 날씬해지기를 간..

재물에 눈먼 사나이 석숭石崇의 끝장

석숭石崇의 자는 계륜季倫으로 청주靑州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이름은 제노齊奴였다. 어려서부터 기민하고 총명했으며 담력에다 지혜까지 갖추었다. 그 아비 석포石苞가 죽을 때가 되어 재산을 나누어 여러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오직 석숭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 곁에 있던 석숭의 어미가 불평을 하자 아비인 석포는 이렇게 일렀다. “이 아이가 지금은 비록 아무것도 없지만 뒷날 제 힘으로 뜻을 이룰 거외다.” 崇字季倫, 生于靑州, 故小名齊奴, 少敏惠, 勇而有謀. 苞臨終, 分財物與諸子, 獨不及崇. 其母以爲言, 苞曰 : “此兒雖小, 後自能得. '열전3列傳三' 화려했던 옛 일은 향이 남긴 재 따라 사라지고, 흐르는 물은 무정해도 풀은 절로 봄일세. 해질녘 봄바람에 새소리 애처롭게 들리는데, 흩날리는 꽃잎은 누대에서 ..

역시 사람이다

환공桓公이 마구간을 돌보는 관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가장 어렵소?” 마구간을 돌보는 관리가 미처 대답을 못하자 관중管仲이 입을 열었다. “저 관이오管夷吾가 일찍이 말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마구간의 울짱을 겯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먼저 굽은 나무를 써서 결으면 또 굽은 나무를 써서 결어야 합니다. 이렇게 굽은 나무로 결으면 나중에는 곧은 나무는 쓸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먼저 곧은 나무를 써서 결으면 또 곧은 나무를 써서 결어야 합니다. 이렇게 곧은 나무로 결으면 나중에는 굽은 나무가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관자管子』「소문小問」에서 한 단락 데려왔다. 역시 사람이다. 굽은 나무를 재상 자리에 앉혔더니 줄줄이 알사탕 엮듯이 재상 아래로 참모들 모두 ..

끝나지 않는 아픔

그대 없이 한식을 맞으니, 눈물이 금빛 물결처럼 쏟아지네. 달 속 계수나무 잘라내면, 달빛 더욱 깨끗하고 맑으리. 헤어질 때 밝은 달빛 흩뿌렸는데, 그대 지금 이마 찌푸리고 있겠지. 견우직녀는 이별에 시름겨워도, 기약한 날 그래도 은하를 건너겠지. 無家對寒食, 有淚如金波. 斫却月中桂, 淸光應更多. 仳離放紅蕊, 想像嚬靑蛾. 牛女漫愁思, 秋期猶渡河. 당나라 때의 천재시인 두보杜甫의 전문이다. 고향 떠난 지 1백 일 하고도 닷새가 된 어느 날 밤, 달 마주하며 보고픈 이 그리는 두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예나 이제나 저쪽이나 이쪽이나 우리에게 아픔을 한 아름 안긴다. 일천 몇 백 년 전, 두보도 사랑하는 처자식과 헤어진 지 석 달 넘은 어느 날 밤, 달을 바라보며 이렇게 그리움..

한단학보邯鄲學步

그대는 연燕의 수릉壽陵에 사는 어떤 젊은이가 조趙의 서울 한단邯鄲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매우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한단에 가서 이들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결국 이 젊은이는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배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자기 걸음걸이 자세마저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땅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네. 「추수秋水」가운데 한 부분이다. 학문과 변론은 물론 사상가로서도 당대 최고라고 자부하던 조나라 사람 공손룡公孫龍에게 위魏 나라 공자 위모魏牟가 들려준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공손룡이 그만 벌렸던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칼날이 번득이고 피가 튀던 전국시대에 (이런 글을 남긴 장자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연나라 수릉의 이 젊은..

알묘조장揠苗助長

송宋 나라의 어떤 농부가 자기가 심은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어린 농작물을 하나하나 살짝 들어올렸다. 피곤했지만 만족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참 피곤하오. 내가 어린 농작물 싹이 잘 자라도록 좀 도와주었소.” 아들이 급히 달려가 살피니, 어린 싹은 벌써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이곳 한국 땅에는 옛적 이 농부처럼 제 자식을 다루는 부모가 있다, 아니 많다. 2천 몇백 년 전,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도 알묘조장하지 않은 이가 드물다고 한탄했지만, 이제 좀 가만히 두시라, 자식을 참으로 사랑한다면. 오로지 자연의 이치 따라 그냥 북돋아 주면 될 일이다. 엄동설한이 아무리 매서워도 오는 봄 앞에 무릎 꿇는 이..

목불견첩目不見睫

동해의 신 약若이 푸른 모래톱에 놀러 나왔다가 우강禺强도 만났다. (이날, 바다를 관장하는 해신의 순찰에) 조개와 물고기 들이 나와 서열에 따라 늘어서서 알현했다. 기夔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때, 기의 모습을 본 자라가 키득키득 웃었다. “왜 웃소?” 기의 물음에 자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우습소이다. 그러다가 넘어질세라 걱정이오.” 그러자 기는 이렇게 되받았다. “제 걱정 접어두고 이 몸 걱정해 줘서 고맙소만, 참, 걱정도 팔자로소이다. 네 발로 길을 가면서도 제 몸 하나 건사 못 해 절뚝거리면서 내 걱정을 하며 키득거리니 말이오.” 먼저, 이 글에 등장하는 '약若'은 다르게 '해약海若'이라고도 하며 중국 옛 신화 속의 '해신海神'을 말한다. 또 이 글이 두 번째 등장인물 '우강禺..

스물넷에 사형당한 여류 시인 어현기魚玄機

서경의 도교 사원 함의관의 여도사 어현기는 장안의 광대 집안 딸로서 자는 유미이다. 그녀의 아리따운 용모는 임금이 혹할 만큼 뛰어났으며, 생각은 절묘하였다. (西京咸宜觀女道士魚玄機, 字幼微, 長安倡家女也. 色旣傾國, 思乃入神.) 당唐 나라 말엽 황보매黃甫枚가 편찬한 가운데 '어현기가 녹교綠翹를 매질로 죽이다' 꼭지에서 맨앞 두 문장을 가져왔다. 버들 푸른 빛 쓸쓸한 물가까지 이어지고, 늘어진 버들가지 사이로는 멀리 누각 보이네. 물위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그림자, 꽃잎은 어옹의 머리 위로 떨어지네. 버드나무 뿌리는 물고기 숨는 곳, 나무밑동에는 객선이 묶였네. 비바람 소슬한 밤, 놀라 깨어나니 시름 더욱 깊어라. 翠色連荒岸, 烟姿入遠樓. 影鋪春水面, 花落釣人頭. 根老藏魚窟, 枝底繫客舟. 蕭蕭風雨夜, 驚夢復..

군주가 지켜야 할 도리

진晋 나라 평공平公이 사광師曠에게 물었다. “어떻게 왕도를 펼쳐야 할까요?” 사광의 대답은 이러했다. “왕도를 펼치려면 청정 무위해야 하고 백성을 두루 아끼는 데 힘써야 하며 인재를 뽑아 써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널리 귀를 기울이고 자기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야 합니다. 게다가 세상의 비속함에 물들어서는 안 되며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홀려서도 안 됩니다. 고요한 상태에서 멀리 바라보면 여러 사람 가운데 분명 돋보일 것입니다. 이어서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자주 살피면서 이로써 신하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군주가 왕도를 펼치는 데 갖추어야 할 몸가짐입니다.“ 사광의 말을 다 들은 평공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훌륭하오!” 서한시대 문학가 유향劉向이 펼친 '군도君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