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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부활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윗자리에 있는 자가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실행이 되고, 그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바로 이 장군을 가리키는 말이렷다! 내가 아는 이 장군은 시골사람처럼 정직하고 무던한데다 입을 열어도 말을 능숙하게 할 줄 몰랐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세상 사람들은 그를 알든 모르든 모두 슬퍼 마지않았다. 그의 진실한 품성이 사대부들의 믿음을 얻었던 걸까? 속담에 이르기를, “복숭아나무 오얏나무는 말을 할 줄 몰라도 그 아래 좁은 길 절로 생긴다.”라고 했다. 이 속담은 비록 사소한 일을 가리키지만 이로써 큰 도리를 비유하고 있다. 『사기史記』「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가운데 마지막 단락에서 데려왔다. 책을 읽다 ..

산문 마당 2022.10.02

말의 가치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 유정식劉廷式은 본시 농민의 아들이었다. 째질 듯이 가난한 옆집 노옹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 젊은이와 혼인을 약속했다. 뒷날, 정식은 여러 해를 떨어져 지내며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옆집 노옹을 찾았으나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게다가 딸은 병으로 두 눈이 멀고 집안은 끼니조차 이을 형편이 못 되었다. 정식은 사람을 넣어 예전의 혼약을 다시 살리려고 했지만 그쪽에서는 여자의 병을 까닭으로 정식의 청을 물리쳤다. 머슴살이로 살아가는 집안이라며 감히 사대부와 혼인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식은 예전의 약속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물리지 않았다. 노옹이 세상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이미 약속한데다 딸이 병을 얻었다고 하여 어떻게 혼약을 저버릴 ..

산문 마당 2022.10.02

증자살인曾子殺人/증삼살인曾參殺人

옛적에 증삼曾參이 비費라는 지방에 살 때였다. 이곳 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증삼과 이름이 같은 이가 사람을 죽였다. 어떤 이가 증삼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알렸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어요!” 이 말을 들은 증삼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이 사람을 죽였을 리 없소.” 증삼의 어머니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베를 짰다. 잠시 뒤, 또 어떤 이가 달려와 증삼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일렀다. “증삼이가 정말로 사람을 죽였어요!” 증삼의 어머니는 여전히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베를 짰다. 잠시 뒤, 또 다른 한 사람이 달려와 증삼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증삼이 진짜로 사람을 죽였어요!” 이제 증삼의 어머니는 무서웠다. 그녀는 북을 집어던지고 담을 넘어 내달렸다. 『전국책戰國策』「진책2秦策二..

산문 마당 2022.10.01

말의 무게

위衛 나라의 어떤 이가 아내를 맞아들였다. 새댁은 수레에 오르자 마부에게 이렇게 물었다. “양쪽에서 달리는 말은 뉘 집 것이오?” “빌렸습니다.” 그러자 새댁이 마부에게 이렇게 일렀다. “양쪽에서 달리는 말은 채찍질해도 되지만 안쪽에서 달리는 말은 채찍질해선 안 되오.” 수레가 신랑 댁 문간에 이르자 새댁은 들러리의 부축을 받으며 수레에서 내렸다. 이때, 새댁이 들러리에게 이렇게 일렀다. “빨리 부엌의 불을 끄게, 자칫 불나겠네.” 새댁이 이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마당에 놓인 돌절구가 눈에 들어오자, 이렇게 일렀다. “이놈을 창문 아래로 옮기게, 오가는 이들에게 거치적거리겠네.” 이 말을 들은 신랑 댁 어른이 피식 웃었다. 새댁이 이른 세 마디는 하나같이 꼭 필요한 말이었지만 비웃음을 면치 못했으니, ..

산문 마당 2022.10.01

나는 침묵할 때면 넉넉함을 맛보지만 입을 열 때면 공허함을 느낀다. (當我沈黙着的時候, 我覺得充實; 我將開口, 同時感到空虛.) 루쉰魯迅의『‘야초野草’ 제사題辭』첫 문장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사과하는 정치인을 볼 때면, 입이 하나인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들은 입이 하나뿐인데도 자기 잘못 가리는 데 온 힘을 쏟으며 현란하게 혀를 움직인다. 하나뿐인 입으로도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변죽이 죽 끓듯 한데,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느라 바쁠 텐데도 밥풀 튀기며 자기 자랑에 바쁜 게 바로 그들 아닌가. 말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덜겅 위를 달리는 빈 수레에 올라탄 것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다니고 포탄 터지는..

산문 마당 2022.10.01

후안무치厚顔無恥

.厚 - 두터울 후 .顔 - 얼굴 안 .無 - 없을 무 .恥 - 부끄러울 치 .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 .얼굴이 두텁다는 말은 곧 뻔뻔스럽다는 말이다. *전고[유래] 1) 에,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은 생황 소리처럼 듣기 좋구나, 얼굴 두터워 부끄러움 모르는 짓이 천박하구나.' (巧言如簧, 顔之厚矣.) 이런 구절이 있다. 2) 또, 남북조시대 제齊의 문인 공치규孔稚奎의 에, 어찌 향기로운 두약杜若으로 하여금 얼굴을 두텁게 하고 벽려薜荔로 하여금 부끄러움 없게 하랴. ( 豈可使芳杜厚顔, 薜荔無恥...), 이런 구절이 있다. *말의 말 . 엉뚱하게 딴전을 부리는 태도를 일러 '오리발'이라고 한다. 물론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 금방 닭 잡아 먹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오리발'을 내민다. 이..

사자성어 & 말 2022.09.29

나의 어두운 유년

열 가정을 하나의 십什으로, 다섯 가정을 하나의 오伍로 편성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이들이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하였다. 한 가정이 법을 어기면 열 가정이 연루되어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 간사하고도 흉악한 일을 보고도 고발하지 않은 자는 요참으로 다스렸다. 또 고발한 이에게는 적의 목을 벤 것과 같은 상을 내렸으며, 숨겨준 이에게는 적에게 항복한 자와 같은 벌을 내렸다. 사마천의『사기』「상군열전商君列傳」을 읽다가 이 부분에 이르면 잠시 눈을 감고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어머니는 곧게 편 집게손가락을 꼭 다문 입술 가운데에 곧게 세우면서 딱 한 마디만 했다. “쉿!” 목소리는 낮고 짧았지만 자못 위엄이 넘쳤다. 우리 형제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우리 집 안방 바람벽 뒤쪽으로 난 좁은 길로..

산문 마당 2022.09.28

임금님의 비속어卑俗語

1. 먼저 에서 한 마디 가져온다. "주周의 열왕烈王이 세상을 떠나자 각지의 제후들이 달여와서 조문을 했다. 그런데 유독 제齊의 위왕威王만이 늦게 도착했다. 주의 왕공 대신들이 몹시 화가 나서 사자를 보내 제의 위왕에게 따져 물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 거외다. 우리 천자께서 세상을 떠나셨는데, 우리 주 왕실의 동쪽 땅에 봉해진 당신이 때맞춰 조문하지 못했으니, 그 죄는 목을 내려야 마땅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제의 위왕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 제기럴, 종년의 새끼!' 결국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2. 서한 때, 이야기 하나 서한의 개국 황제 유방劉邦의 부하 진희陳豨가 갑자기 병사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 유방은 친히 병사를 이끌고 나아가 토벌 작전을 펼..

산문 마당 2022.09.28

속임수의 한계

연못의 물을 바짝 말린 뒤에 물고기를 잡는다면 어떻게 물고기를 못 잡겠습니까? 하지만 이듬해에는 그곳에 물고기가 없겠지요. 숲을 다 태운 뒤에 사냥을 한다면 어떻게 짐승을 못 잡겠습니까? 하지만 이듬해에는 그곳에 짐승이 없겠지요. 속임수로는 지금이야 그럭저럭 이익을 보겠지만 그 뒤에는 또다시 이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래 써먹을 계책이 아닙니다. 『여씨춘추呂氏春秋』「효행람孝行覽」 가운데 한 부분이다. 기원전 632년, 진晋 나라와 초楚 나라가 위衛 나라 땅 성복城濮에서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전쟁을 벌였다. 이때, 진나라 문공文公이 구범咎犯을 불러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속임수를 쓰면 됩니다.” 문공이 구범의 뜻을 대신 옹계雍季에게 알리며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옹계..

산문 마당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