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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을 향한 형수의 염량세태炎涼世態 - 소진蘇秦

1. 첫 번째 단역 제후들 사이를 오가며 이 나라 저 나라의 힘을 종횡으로 합쳐서 힘센 나라에 맞서기를 주장했던 이들을 흔히 일러 종횡가라고 한다. 이들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이가 바로 귀곡鬼谷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귀곡자鬼谷子이다. 사마천의 ‘열전’ 일흔 편 가운데 당당하게 각각 한 편씩을 차지한 ‘소진蘇秦’이나 ‘장의張儀’는 모두 귀곡자의 문생이었다. 귀곡의 위치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이 여럿이지만 사마천은 ‘낙양洛陽 동쪽의 제나라 땅’이라고 일렀다. 귀곡 선생 곁을 떠난 소진이 제후국의 군주를 찾아 유세를 펼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당한 부끄러움과 욕됨을「소진열전」은 이렇게 기록한다. (소진은) 집을 떠나 여러 해 동안 유세했지만 큰 어려움만 겪고 돌아왔다. 이때 형제,..

엽전 안고 물에 잠긴 사나이

영주永州에 사는 백성들은 모두 수영을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 어느 날, 물이 갑자기 불어났는데도 대여섯 사람이 자그마한 배를 타고 상강湘江을 가로 건너고 있었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그만 배가 파손되었다. 배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건너편 기슭을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헤엄을 쳐도 평상시와 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를 본 그의 또래가 이렇게 물었다. “자네 헤엄 솜씨는 알아주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뒤처지는가?” “엽전을 천 냥이나 허리에 찼더니 무거워서 뒤처지네.” “왜 버리지 않는가?” 그는 대답 대신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기슭에 닿은 또래가 그를 향해 목소리를 한껏 높여 내질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산문 마당 2022.10.13

신뢰의 중요성

의생 구竘는 진秦 나라의 명의였다. 그는 제齊 나라 선왕宣王의 여드름을 다스렸고 진秦 나라 혜왕惠王의 치질을 다루었는데 모두 다 고쳤다. 장자張子가 등에 종기가 돋자 구에게 치료를 부탁하며 이렇게 일렀다. “이 등을 나의 등이라 여기지 말고 그대 뜻에 따라 마음대로 치료해도 좋소이다.” 치료가 시작되자 그의 종기는 점점 나아졌다. 구는 물론 병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고수였지만 장자도 구가 마음 놓고 치료하도록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사람의 몸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모두 이와 같다. 반드시 다른 사람을 깊이 믿으며 권력을 마음 놓고 넘겨줘야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다. (有醫竘者,秦之良醫也. 爲宣王割痤, 爲惠王治痔, 皆愈. 張子之背腫, 命竘治之. 謂竘曰: “背非吾背也,任子制焉.” 治之遂愈..

산문 마당 2022.10.08

도법자연道法自然

예전에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로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못 생긴 여인이 서시의 찌푸린 모습이 퍽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가슴을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리고 다녔다. 같은 마을의 부자가 이 모습을 보자 대문을 잠그고 문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또 가난한 이는 이 모습을 보자 처자를 데리고 멀리 몸을 피했다. 못생겼다는 이 여인은 눈살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 눈살 찡그린 모습이 아름다운 까닭은 모른다. 『장자莊子』「천운天運」에서 뽑아왔다.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 있는 모습 허물고 남의 모습 흉내 내어 제 것인 체하면 흉하다. 자연이 아름다운 건 있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곳에서, ‘고욤’은 ‘나도감’이 되었다. ‘고욤’의 소망이 ‘감’이었을라? ‘고욤’..

산문 마당 2022.10.08

사지四知

(양진楊震이) 동래東萊 태수가 되어 임지로 가는 길에 창읍昌邑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지난 날 그의 천거로 창읍 현령이 된 형주荊州 지방의 인재 왕밀王密이 한밤에 그를 찾아와서 황금 열 냥을 건네려고 했다. 그러자 양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나를 모르니 이 무슨 까닭이오?” 왕밀이 말했다. “밤중이라 아는 이 없습니다.” 양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 하오?”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 (東萊太守, 當之郡,道經昌邑,故所舉荊州茂才王密爲昌邑令,謁見,至夜懷金十斤以遺震. 震曰:“故人知君,君不知故 人,何也?”密曰:“暮夜無知者。”震曰:“天知,神知,我知,子知. 何謂無知!”密愧而出.) 『후한서後漢書』「양진열전楊震列傳..

산문 마당 2022.10.07

사광師曠의 용기

진晋 나라 평공平公이 사광師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 일흔인데 공부하기에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요?” 사광이 물었다. “어찌 촛불을 밝히려고 하지 않으십니까?” 평공이 되받았다. “아니, 신하된 자가 어떻게 임금과 농지거리를 할 수 있소?” 이에 사광은 이렇게 일렀다. “눈 먼 제가 어떻게 감히 임금님과 농지거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젊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 같고, 장년이 되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한낮의 태양 같고, 늘그막에 배우기를 좋아하는 촛불의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의 밝음과 어둠 속을 걷는 것, 어느 쪽이 더 낫겠습니까?” 이 말을 다 듣고 나서 평공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말씀이외다!” (晉平公問於師曠曰:“吾年七十欲學,恐已暮矣.” 師曠曰:“..

산문 마당 2022.10.06

국어의 속살

상스런 마음이 우아한 우리 중국말과 짝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아한 우리 중국말은 날마다 상스러워지는 마음을 씻어낼 수 있다. (粗鄙的心靈是配不上優雅的漢語的, 但優雅的漢語却能拯救那些日益粗鄙的心.) 현대 중국의 작가 자핑와賈平凹가 뽑아서 편찬한『나에게 영향을 준 훌륭한 글 32편』[影響了我的三十二篇美文]의 앞머리에 출판사 편집장 셰여우슌謝有順이 쓴 글 가운데 한 부분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자기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지극한가 보다. 나도 책장을 접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혼자 음정 한껏 낮추어, ‘꽃소금’, 이렇게 소리 내어 본다. ‘소금’의 짠맛이 머리에 인 ‘꽃’때문에 향기롭고 달콤하게 혀를 간질간질 건드린다. 아, 내 사랑 우리말. 그리고 눈을 뜬 뒤, '상스런 마음이 우아한 우리말과 짝지..

산문 마당 2022.10.05

책 읽는 사람

책 자체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며, 책을 읽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독서는 한 사람의 사상적 경지와 수양에 관계되며, 한 민족의 바탕과도 관계됩니다. 게다가 한 국가의 흥왕과도 관계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앞날이 없고, 책을 읽지 않는 민족에게도 앞날이 없습니다. (書籍本身不可能改變世界, 但是讀書可以改變人生, 人可以改變世界. 讀書關係到一个人的思想境界和修養, 關係到一个民族的素質, 關係到一个國家的興旺發達. 一个不讀書的人是沒有前途的, 一个不讀書的民族也是沒有前途的. 현대 중국의 큰 정치지도자 원자바오溫家寶가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과 주고받은 말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독서’에 관한 잠언을 찾다가 만났다. 책을 읽다가 밑줄 치고 싶은 문장..

산문 마당 2022.10.05

독서법讀書法

책을 모으고 간직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잘 보는 자는 오로지 마음을 깨끗하고 바르게 하며, 책상을 깨끗이 닦고 향을 피운다. 그리고 책을 말거나 책장의 귀를 접지 말 것이며, 또 손톱으로 글자에 자국을 내지도,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지도 말 것이며, 게다가 책을 베개 삼지도 말 것이며 자르고 찌르지도 말 것이니라. 훼손되면 바로 손을 보고, 책을 볼 때는 펼치고 보지 않을 때는 덮어 놓아야 한다. (聚書藏書, 良匪易事. 善觀書者, 澄神端慮, 淨几焚香, 勿卷腦, 勿折角, 勿以爪侵字, 勿以唾揭幅, 勿以作枕, 勿以夾刺, 隨損隨修, 隨開隨掩.) 명나라 때 학자 호응린胡應麟의『소실산방필총少室山房筆叢』에서 데려온 구절이다. 이만하면 책이 곧 제 몸이다. 속독, 정독, 통독, 발췌독……, 이런..

산문 마당 202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