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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강부약抑强扶弱

.抑 - 누를 억 .强 - 강할 강 .扶 - 도울 부 .弱 - 약할 약 -강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말할 것도 없이 이때의 '강자'란 강포强暴한 자를 가리킨다. >'강포强暴'란 '몹시 우악스럽고 사나움'을 뜻한다. * 전고 -동한 원강袁康의 에 '구천勾踐 시절, 천자는 힘이 없어 제후들이 모두 등을 돌리며 반란을 일으키자 구천은 강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줬다'(勾踐之時, 天子微弱, 諸侯皆叛, 于是勾踐抑强扶弱.'라는 구절이 있으며, ;에도 '정치란 억강부약하는 데 있다.'(政在抑强扶弱)라고 했음. ** >인간의 욕망은 높이도 넓이도 깊이도 헤아릴 수 없다. 욕망을 절제하며 덜어내려고 힘쓰는 이도 있지만 많지 않다. >이들이 욕망을 욕망하기 위하여 벌이는 횡포를 억누르지 않으면, 약자는 설 ..

기호지세騎虎之勢

.騎 - (동물이나 자전거 등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탈 기 .虎 - 호랑이 호 .之 - 갈 지 (네 글자로 이루어진 성어에서 세 번째로 차지한 '之'는 대체로 '~한, ~의' 등으로 쓰인다) .勢 - 형세 세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 그만둘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호랑이 등에 올라탄 자는 그 형세가 이제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어떤 일을 진행하는 도중에 어려운 일에 맞닥뜨려도 중지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전고 -에, "지금의 형세는 도의로 보아 앞으로 용감하게 나아가야할 뿐 물러설 수는 없으니, 바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로 내릴 수 있겠소?'(今之事勢, 義無旋踵, 騎虎之勢, 可得下乎?')라는 구절이 있으며, -에, "속..

사자성어 & 말 2022.09.15

인면수심人面獸心

.人 - 사람 인 .面 - 얼굴 면 .獸 - 짐승 수 .心 - 마음 심 - 얼굴은 사람이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이다. * 전고 -에, '하夏의 걸왕桀王과 은殷의 주왕紂王, 그리고 노魯의 환공桓公과 초楚의 목왕穆王, 이들은 모두 그 용모가 다른 사람과 같았지만 마음은 짐승이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夏桀, 殷紂, 魯醒, 楚穆, 狀貌七竅皆同于人, 而有禽獸之心.) -또 에, '머리를 묶지 않고 옷깃을 왼쪽 앞쪽으로 합쳤으며, 사람의 얼굴에 마음은 짐승이었다.'라고 했다. (被髮左衽, 人面獸心) * 이런 사족蛇足 가람 이병기 선생께서 때로는 개도 사람보다 낫다고 하셨다. '금수禽獸'란 '날짐승과 길짐승'을 아울러 가리키는 말로, 우리는 ..

사자성어 & 말 2022.09.15

적반하장賊反荷杖

.賊 - 도둑 적 .反 - 도리어 반 .荷 - 멜 하 .杖 - 몽둥이 장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매)를 들다.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 -'적반하장'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성어가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만든 성어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적함포적賊喊捕賊'이라는 성어가 '적반하장'과 그 의미가 비슷하다. >'적함포함'은 '도둑이 도둑 잡아라고 소리치다'라는 의미이다. *도둑 잡은 사람을 오히려 도둑이라며 몽둥이 들고 때리려 하다니, 쯧쯧!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늬가 알고 내가 알고, 에이, 양심이 있어야지!

사자성어 & 말 2022.09.15

호가호위狐假虎威

.狐 - 여우 호 .假 - 빌릴 가 .虎 - 호랑이 호 .威 - 위세 위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림) 곧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 다른 사람의 세력에 기대어 남을 압박하며 으름. ---전고 -에, -초나라 선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듣자니, 북쪽의 여러 제후들이 우리 초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한다는데, 진짜 그런가?" 입을 여는 이가 없었지만 오직 강을이 이 말을 듣고 아뢰기를, "호랑이는 갖가지 들짐승을 잡아먹습니다. 어느 날, 여우 한 마리를 잡았는데, 이놈이 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나를 감히 삼킬 수 없소이다. 하늘이 나를 온갖 짐승의 왕으로 내려보냈는데, 만약 그대가 나를 먹어 치운다면, 이건 하늘의 명령을 위배하는 일이오. 내 말을 믿지 ..

사자성어 & 말 2022.09.14

내로남불-'아시타비我是他非'

먼저 양해를 구해야겠다. '내로남불', 네 글자로 된 이 낱말이 마치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굳이 한자로 이루어진 네 글자를 찾는다면, '아시타비我是他非'가 그런대로 '내로남불'과 이루는 교집합이 크고 넓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사회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중적이고 소모적인 현상을 풍자하는 '내로남불'은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맞지만, 네가 하는 모든 것은 틀리다.'는 뜻이다. 我 - 나 아 是 - 옳을 시 他 - 다른 이 타 非 - 잘못 비 * 참, 이 낱말, 즉 '아시타비'는 무슨 전고도 없다. 전고 없는 성어지만 교훈을 주는 낱말임은 분명하다. 이는 2020년 960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세태를 보여주는 성어로 32.4%가 찬성하여 뽑은 낱말이다. 중국에서는 이 낱말이 한국에서 만들어져서 ..

사자성어 & 말 2022.09.14

견리사의見利思義 & 견위수명見危授命

이 두 성어는 항상 짝을 이루기에 한 곳에 모실 수밖에 없다. . 見 - 볼 견 . 利 - 이익 리 . 思 - 생각할 사 . 義 - 옳을 의, 정의 의 --눈앞의 이익을 보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見 - 볼 견 .危 - 위태로울 위 .授 - 줄 수 .命 - 목숨 명 --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 견리사의 *전고典故 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며,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 ......'이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어떠해야 '사람다운 사람'[성인成人]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자께서는 '지혜'와 '탐욕하지 않음'과 '용기'와 '기예'에 더하여 '예악'까지 '사람다운 사람'의 조건으로..

사자성어 & 말 2022.09.14

앙천대소仰天大笑

.仰 ; 우러를 앙 .天 ; 하늘 천 .大 ; 큰 대 .笑 ; 웃을 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거나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음. >그렇지 않다고 여기며 곁에 사람이 없다는 듯이 웃음. 앙천대소 ---전고 에, "(초나라의 침공을 받은) 제나라 임금이 순우곤淳于髡에게 조나라로 가서 원병을 요청하는 사신의 임무를 맡기며, 황금 일백 근과 네 마리 말이 이끄는 수레 열 대를 예물로 가져가도록 했다. 이에 순우곤은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으니, 머리에 쓴 관의 끈이 모두 끊어졌다."는 구절이 있다. 또,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의 라는 제목의 칠언시에, '하늘 향해 크게 웃으며 문을 나서니, 우리가 어찌 초야에 묻힐 사람이랴.'는 구절이 있다. [仰天大笑出門去, 我輩豈是蓬蒿人] -그런데 ..

사자성어 & 말 2022.09.13

지록위마指鹿爲馬

.指-가리키다 지 .鹿-사슴 록 .爲-...로 삼다 위 .馬-말 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다. 비유하여 참과 거짓을 전도하다는 뜻으로 쓰임. -전고--- "조고趙高가 난을 일으킬 마음을 먹었으나, 여러 대신들이 말을 듣지 않을세라 걱정이 앞서, 먼저 이들의 자기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하여 사슴 한 마리를 진2세에게 바치며 이렇게 말했다. '말이옵니다.' 진2세가 웃으며, '승상께서 잘 모르는 모양이구려, 사슴을 말이라 하시니...... .' 이어서 진2세는 곁에 있던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으나, 침묵하는 이도 있었고, 말이라고 이르며 조고에게 아부하며 순종하는 이도 있었다." -권력의 추는 이미 조고에게로 기운 뒤였다. 예나 이제나 권력에 눈이 어두운 이는 권력의 조각 하나라도 차지하려고 머리 ..

사자성어 & 말 2022.09.13

삼성가노三姓家奴

.三 ; 셋, 여러 번 삼 .姓 ; 성씨 성 .家 ; 집, 가족 가 .奴 ; 종 노 -세 개의 성씨를 가진 집안의 종.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운데다 불충不忠하고 불의不義하여 걸핏하면 주인을 배반하고 적을 모시는 인물을 빗댐. -나관중羅貫中의 에서 특별히 여포呂布를 가리킨다. 이 소설에서 장비張飛가 여포를 일러 '삼성가노'라고 크게 꾸짖는 장면이 있다. 여포는 본래 성이 '여'씨 였으나, 그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뜬 뒤, 병주자사 정원丁原을 의부를 모시다가 뒷날 정원을 죽이고 동탁董卓에게 투항한다. 그리고 동탁을 의부로 모신다. 그뒤, 초선貂蟬을 두고 의부 동탁과 반목하다가 결국은 동탁의 목을 내린다. 여포는 이렇게 평생 세 개의 성, 곧 '삼성三姓'을 가졌던 인물이다. 옛적에는 여인이라면 평생 한 ..

사자성어 & 말 2022.09.13

양두구육羊頭狗肉

.羊-양 양 .頭-머리 두 .狗-개 구 .肉-고기 육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팖. (비유) 겉은 그럴 듯하지만 속은 변변치 아니함.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민생 법안 처리만을 뒤로 미룬 국회의원들을 보면 양두구육이란 말이 생각난다.'를 이 성어의 예문으로 등록했다. --전고典故-- *의 이야기를 여기 데려온다. 제나라 영공靈公이 궁중의 여자들에게 남자의 복장을 하도록 시키고 함께 놀며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온 성안의 여자들이 남자 복장으로 치장하더니 헐렁한 도포에 허리띠까지 맨 모습이 여성의 복장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화가 난 영공이 당장 이런 복장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여자들이 남자 옷을 입다니, 도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허리띠는 잘..

사자성어 & 말 2022.09.12

궤자의혈潰自蟻穴

.潰-무너질 궤, (큰물에 둑이 터지다 궤) .自-~에서부터 자 .蟻-개미 의 .穴-구멍 혈 '개미구멍 하나가 큰 제방둑을 무너뜨린다.'라는 말이다. --자그마한 결점 하나라도 등한히 여기면 그것이 점점 더 커져서 큰 결함을 가져오게 된다. *출전- '유로'편에, '천 길 긴 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척 높은 건물도 굴뚝 틈새로 나온 불티 하나로 불 타 사라진다.'라는 구절이 있다. (千丈之堤,以螻蟻之穴潰;百尺之室,以突隙之煙焚.) *최근, 나00 전 의원께서 '궤자의혈'을 말씀하셨다. '아, 바쁜 생활 속에서도 책을 가까이하시는구나, 이분께서는.' 그런데 이분께서 가리키는 '개미구멍'은 자기와는 다른 쪽에 있는 이00 의원이었다. 그럴까? 어! 이러다가 멀쩡한 둑 무너뜨릴라, 멀쩡한 굴뚝 깨뜨..

사자성어 & 말 2022.09.12

법과 제도

군주의 자리에 있어도 명령이 통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온갖 기관이 이미 직분을 받았지만 상궤를 벗어나면 엉망이 된다. 법과 제도가 있지만 멋대로 마구 혜택을 베풀면 백성들은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군주에게 존엄만 있으면 법은 널리 통할 수 있다. 또 관리가 맑고 깨끗하면 정치는 관례대로 움직일 수 있다. 법과 제도가 분명하면 백성은 형벌을 두려워한다. 법과 제도가 분명하지 않으면서 백성들에게 법과 제도에 복종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백성이 법에 복종하지 않는데도 군주의 존엄을 바란다면, 군주가 요나 순처럼 지혜로워도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상군서商君書』「군신君臣」가운데 한 구절이다. 전국시대, 칠웅 가운데 서쪽 변방의 제후국 진秦이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상앙商鞅이 마련한 변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산문 마당 2022.09.07

이런 순리循吏

어떤 행상이 재상에게 물고기를 올렸지만 재상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행상이 이렇게 물었다. “어르신께서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올리는데 무슨 까닭으로 받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재상의 대답은 이러했다.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았소. 지금 이 사람은 재상으로서 물고기를 내 돈으로 살 수 있소이다. 하지만 지금 물고기를 받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누가 내게 물고기를 올리겠소? 그래서 받지 않았소. 사마천의 『사기史記』 「순리열전循吏列傳」에서 가져왔다. 이 글에서 재상은 춘추시대 노魯 나라에서 법을 받들어 지키기로 이름난 공의휴公儀休이다. 법을 잘 지키는 데다 백성들에게 항상 선량한 마음으로 다가갔던, 이른바 ‘순리循吏’들의 열전을 앞에 두고, 이와는 대립되어 짝을 이루는 ‘혹리..

산문 마당 2022.09.07

지신 모신 사당에 사는 쥐

지신을 모신 사당의 담은 나무막대기를 하나하나 줄 세워 엮은 뒤 진흙을 발라서 만든다. 이 안에 쥐들이 들어가서 지낸다. 불을 놓으려니 나무막대기에 불이 붙을세라 걱정이요, 물을 채우려니 진흙이 무너질세라 걱정이다. 쥐들을 없애지 못하는 건 지신을 모신 사당이기 때문이다. 『안자춘추晏子春秋』「내편內篇」에서 가져왔다. 지신 모신 사당에 사는 쥐를 잡으려니 이래저래 어렵다. 불을 태워 몰아내자니 나무막대기 하나하나 줄 세워 엮어 세운 사당의 담에 불붙을세라 걱정이요, 물을 채워 몰아내자니 진흙으로 발라 세운 담이 무너질세라 걱정이다. 머리 조아리고 꼬리 흔들며 군주의 환심 사기에 바쁜 소인배가 바로 사당에 사는 쥐와 다름없다. 이들 소인배는 온갖 아첨으로 군주의 눈을 가리며 충신들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산문 마당 2022.09.07

역할

예전에 어떤 이가 사냥 갈 준비를 했다. 이 양반은 송골매를 잘 몰랐기에 들오리를 한 마리 사서 들판으로 나아가서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 이 양반이 들오리를 공중으로 던지며 토끼를 잡도록 했으나, 들오리는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잡아서 공중으로 던졌지만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서너 차례 반복하자 들오리는 뒤뚱뒤뚱 이 양반 앞으로 걸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는 들오리입니다. 제 본분은 잡혀 먹히는 것입니다. 어찌 저를 마구 집어던져서 괴롭힌단 말입니까?” 이 말을 들은 사냥꾼 이 양반이 입을 열었다. “나는 자네가 토끼 잡을 줄 아는 송골매인 줄 알았는데, 그래, 들오리란 말인가?” 들오리는 제 발바닥을 들어 올려 보이며 사냥꾼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 발을 보셔요, 토끼를 잡을 수..

산문 마당 2022.09.07

불상사不祥事

제齊 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는 호랑이를 만났고 늪지대에서는 뱀을 보았다. 사냥에서 돌아온 경공은 안자晏子를 불러 이렇게 물었다. “내 오늘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는 호랑이를 만났고, 산에서 내려와 늪지대를 지날 때는 뱀을 보았으니 이게 혹시 불길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소.” 그러자 안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는 세 가지 불길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께서 방금 말씀하신 일은 여기에 없습니다. 무릇 현명한 인재가 있지만 찾을 줄 모르면, 이것이 첫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그리고 현명한 인재인 줄 알면서도 쓰지 않으면, 이것이 두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게다가 현명한 인재를 골라 쓰면서도 믿지 않으면, 이것이 세 번째 불길한 일입니다. 이른바 불길한 일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들입니다. ..

산문 마당 2022.09.07

죽은 천리마를 큰돈으로 산다면

소왕昭王이 이렇게 물었다. “누구를 먼저 방문해야 옳겠소?” 곽외郭隗가 입을 열었다. “신이 듣잡기로는 옛적에 어떤 임금께서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지만 세 해가 되도록 손에 넣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궁중에 시종 하나가 임금께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저에게 사오도록 시키시기 바랍니다.’ 임금께서는 이 사람을 보냈습니다. 석 달 뒤, 이 사람이 마침내 오백 금으로 천리마를 손에 넣었습니다만, 이미 죽은 말이었습니다. 그것도 죽은 말의 머리를 오백 금이나 주고 사서 임금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임금께서 크게 노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산 말이네. 죽은 말을 뭣에 쓰겠는가? 그것도 오백 금이나 주고 말일세.’ 그러나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은 말을 사면서 오백 금을 치..

산문 마당 2022.09.07

이런 사람 없어 걱정

세상에 유능한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이 신하를 다루어 쓸 수 있는 군주가 없음을 걱정하라. 세상에 재화財貨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재화를 분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라. 『관자管子』「목민牧民」가운데 한 구절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군주 환공을 첫 번째 패자의 위치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관중도 신하보다는 군주에게 더 큰 책무가 있음을 앞세웠으며, ‘재화의 유무’보다는 ‘분배’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아랫사람을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조차 없는 군주가 나라 망친 예는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서도 적잖이 찾을 수 있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잇속 차리기 바쁜 소인배들이 구린내에 파리 꾀듯 판을 친다. 이만큼 잘 사는데 불만이 들어설 틈이 어디 있느냐,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도 ..

산문 마당 2022.09.07

술맛이 좋아도 개가 무서우면

송宋 나라에 술을 빚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 되도 아주 공정하고 손님을 대하는 몸가짐도 조심스럽고 발랐을 뿐만 아니라 그가 빚은 술에서도 향기가 맑고 깨끗했다. 게다가 문간에 내달은 술집 광고 깃발의 위치도 자못 높았다. 그런데도 술이 팔리지 않고 오래되자 맛이 변하여 시어졌다. 까닭을 알 수 없어 갸우뚱하던 이 양반이 앞뒤를 알 만한 동네 어른 양천楊倩에게 물었다. “자네가 기르는 개가 사나운가?” 술을 빚어 파는 이 양반이 되물었다. “개가 사납다고 술이 팔리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자네가 기르는 개를 두려워한다네. 아이에게 돈을 주고 주전자 들려 술을 사오라고 했을 때, 자네 개가 뛰어나와 깨물겠지. 이 때문에 술이 팔리지 않고 맛이 변하여 쉬는 걸세.” 『한비자韓非子』「외저설우상外..

산문 마당 2022.09.07

사람이다

잘 달리는 말 열 필을 얻는 것보다 백락伯樂 한 사람 곁에 두는 게 낫고, 보검 열 자루 손에 넣는 것보다 구야歐冶 한 사람 얻는 게 나으며, 천리 땅덩이 차지하는 것보다 성인 한 분 모시는 게 낫다. 『여씨춘추呂氏春秋』「불구론不苟論」에서 데려왔다. 백락은 춘추시대 진秦 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 보기로 이름을 날렸다. 나라의 인재를 골라 쓰는 데 지혜로운 안목을 가진 이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곧잘 백락의 이야기를 끌어오곤 한다. 구야는 춘추시대에 훌륭한 검을 주조하는 데 뛰어난 인물이었다. 순舜은 고요皐陶를 씀으로써 천하를 멋지게 이끌 수 있었고, 탕湯은 이윤伊尹을 곁에 둠으로써 하夏 나라 백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주周의 문왕文王은 여망呂望을 얻었기에 은상殷商을 정복할 수 있었으니 성인 한 분 모시면 ..

산문 마당 2022.09.07

'경제'나 '안보'보다 앞서는 '신뢰'

초楚 나라 여왕厲王이 전선의 위급함을 알리는 북을 울려 백성들이 모두 방어에 나서도록 했다. 그가 술에 취한 뒤 잘못 북을 울렸기에 백성들이 매우 놀라서 허둥댔다. 여왕은 사람을 보내 백성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몸이 취하여 곁에 있던 측근과 농담하다가 장난삼아 북을 울리고 말았소.” 이리하여 백성들은 긴장을 늦추었다. 몇 달이 지나 전선의 위급함을 보고 받은 여왕이 북을 울렸지만 사람들은 전쟁 준비에 나서지 않았다. 여왕은 이제 명확한 경고로 바꾸어 명령을 내렸다. 그제야 백성들이 믿고 따랐다. 『한비자韓非子』「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보다 불과 몇 십 년 전, 서주의 마지막 군주 유왕幽王이 포사褒姒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려고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희롱한 이야기가 겹쳐서 떠오..

산문 마당 2022.09.07

물의 큰 힘

노魯 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 여인의 손에 자랐기에 이제껏 무엇이 슬픔인지 그리고 무엇이 근심인지 모릅니다. 게다가 무엇이 고생인지 또 무엇이 두려움인지 모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엇이 위험인지도 모릅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임금께서 말씀하신 건 슬기롭고 영명한 군주께서도 물으시는 문제입니다. 저 같이 하찮은 인물이 어찌 그런 것들을 알 수 있겠습니까?” 애공이 다시 말했다. “선생이 아니면 어디 물어볼 데가 없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일렀다. “임금께서 종묘의 큰문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향해 동편 계단으로 본채에 올라 고개를 들면 서까래와 용마루가 보이고 고개를 숙이면 위패가 보일 것입니다. 이런 기물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조상은 벌써 돌아가셨습니..

산문 마당 2022.09.07

참으로 귀한 것

송나라 어느 시골 사람이 박옥璞玉 한 덩어리를 손에 넣자 자한子罕에게 바쳤다. 자한이 받지 않자, 이 시골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진귀한 옥 덩어리를 어르신께서 가지셔야지 저희 같은 하찮은 사람이 쓸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자한이 이렇게 일렀다. “그대는 이 옥 덩어리를 보배로 여기지만, 나는 그대가 보배로 여기는 이 옥 덩어리를 받지 않는 걸 보배로 여기오.” 『한비자韓非子』「유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이르는 송宋은 춘추시대 자그마한 제후국이다. 자한은 이 나라 조정에서 육경六卿 안에 들 만큼 높은 인물이었다. 이런 양반이 ‘옥 덩어리를 받지 않는 걸 보배로 여겼다’고 하니, 참으로 청렴결백한 관리였음이 분명하다. 이런 관리들이 있었으니, 이 나라 백성의 삶은 날이면 날마다..

산문 마당 2022.09.07

나의 소원은 '민주공화국'

조고趙高는 부소扶蘇에게 내리는 황제의 조서를 제 손에 쥐고 있었기에 공자 호해胡亥에게 이렇게 일렀다. “황제께서 세상을 떠나셨지만 왕으로 봉해진 여러 아들에게 내린 조서는 없고 오로지 맏아들에게 내린 조서만 있을 뿐입니다. 그가 오면 곧 자리에 올라 황제가 될 터인데, 그러면 그대에게는 한 뼘의 봉토도 없을 터이니, 이를 어쩌렵니까?” 趙高因留所賜扶蘇璽書, 而謂公子胡亥曰:“上崩, 無詔封王諸子而獨賜長子書. 長子至, 卽立爲皇帝, 而子無尺寸之地, 爲之奈何?” 사마천의『사기史記』「이사열전李斯列傳」가운데 환관 조고가 정변을 획책하는 부분만 떼어왔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부분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으스스하다. 나에게는 이제 사춘기가 막 시작되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렇다, 내 나이 열세 살..

산문 마당 2022.08.01

은혜도 원수도 덕으로 갚은 사나이-한신韓信

1. 회음淮陰 소년 한신韓信을 괴롭힌 건달 사마천의 ‘열전’에는 같은 이름의 ‘한신韓信’이 둘이다. 고조 유방에게 등을 돌리고 흉노의 선우 묵돌과 손을 잡은 한신이 그 하나로서「한신·노관열전韓信·盧綰列傳」에서 그를 다루고 있다. 다른 하나는 뒷사람들에 의해 ‘병선兵仙’이니 ‘신수神帥’니 등으로 높여 불린 한나라의 개국공신 한신이다. 사마천은 작위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회음후열전」에서 그를 다룬다. 오늘, 이곳에서 이르는 한신은 ‘회음후 한신’이다. ‘회음후 한신은 회음 사람이다.’(淮陰侯韓信者, 淮陰人也.), 사마천은 이렇게 딱 한 문장으로 한신을 시작한다. 그의 가계에 대한 이야기는 뒤를 이은 여러 개의 긴 문장 중에서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다. 진나라 말엽 농민 전쟁을 시작으로 초한전쟁을 거치며 유..

장자 부장莊子不葬

『장자』「잡편」〈열어구〉에서 만난 이야기 한 도막, 여기 가져온다 장자가 이제 세상을 떠나려고 하자 제자들이 그를 후하게 장사지내려고 했다. 이를 안 장자는 이렇게 일렀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곽으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로 삼고, 별들을 아름다운 구슬로 삼고, 만물을 장례에 쓰는 증정품으로 삼을 터이다. 내 장례 도구가 어찌 갖추어진 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뭘 더 보태리오!" 장자의 이 말에 제자들이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님의 몸을 쪼아먹을세라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땅 위에서는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가 되고, 땅 밑에서는 땅강아지와 개미의 먹이가 될 터인데, 저것들이 먹을 것을 앗아서 이것들에게 준다면 어찌 편벽되지 않으랴!" 莊子將死,弟子欲厚葬之。莊子曰:“..

백성이 곧 하늘

제齊 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물었다. “임금이라면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할까요?” 관중이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께서는 마땅히 하늘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환공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관중이 다시 말했다. “제가 말씀 올린 하늘은 가없이 넓고 넓은 하늘이 아닙니다.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지지하고 나라는 평안해지고, 임금께서 백성을 하늘로 삼으면, 백성은 임금을 도와주고 나라는 강대해집니다. 그러나 백성이 임금을 비난하면 나라는 위험에 빠지고, 백성이 임금을 배반하면 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유향劉向의『설원說苑』「건본建本」 가운데 한 부분이다. 군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친 채 주색에 빠졌던 제나라 양공襄公의 뒤를 이어 자리에 오른 환공이 춘추시대 첫 번..

하찮은 궁녀에서 황제가 된 여인-무측천

1. 아름다운 소녀의 첫 입궁 때는 정관貞觀 11년(637년) 동짓달, 당태종 이세민은 열네 살 난 무측천의 용모는 물론 행동거지가 아름답고 반듯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으로 불러들였다. 태종은 그녀를 재인才人에 봉하고 '무미武媚'라는 이름을 내렸다. 당나라 때 궁녀는 정1품 귀비貴妃에서부터 정8품 채녀采女까지 그 등급이 촘촘한데, 재인은 정5품, 중간에서 좀 아랫쪽에 위치한다. 그야말로 궁녀 중에서도 아랫쪽에 위치한 하찮은 궁녀였다. 이 하찮은 궁녀가 종내는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무측천은 입궁하기 전날, 홀로 된 그 어미 양씨에게 작별을 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진 천자를 모시는 일이 어찌 복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어린아이처럼 훌쩍훌쩍 우십니까?" 당태종 이세민이 황제의 자리에 있을 때, 무측천의 궁..

스스로 목숨 끊은 장군-이광李廣

1. 사마천이 만난 장군 이광 먼저 사마천이「태사공자서」에서 밝힌「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을 쓴 이유를 한 번 보자. 적을 대적함에 용감하였고, 병사들에게는 인자하고 정이 많았으며, 명령이 번거롭지 않았기에 부하들이 그를 진심으로 따랐다. 勇於當敵, 仁愛士卒, 號令不煩, 師徒鄕之. 여기에 더하여 ‘열전’ 일흔 편의 배치를 눈여겨 살피면 위청衛靑의 여러 부장 가운데 오로지 이광李廣만이 한 편을 넉넉히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큰 전공을 세우며 널리 이름을 날렸던 표기장군 곽거병霍去病조차「위장군열전衛將軍列傳」뒤쪽에 자그마한 공간을 차지하며 단 몇 줄로 기술된 점과 비교하면 사마천이 장군 이광을 얼마나 중히 여겼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열전’ 말미에 붙인 ‘태사공왈’에는 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본..